-앙굴렘 만화축제에서 일어 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저작권물 무단 사용과 작가가 무시되는 관행에 대한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사)우리만화연대의 항의문-
먼저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의 주빈국으로서 무사히 행사를 마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담당자, 큐레이터팀 등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사전 준비는 물론 행사 당일까지 거의 매일 밤늦도록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하여 고군분투한 여러분의 땀방울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 됩니다.
그러나 행사를 준비한 개개인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창작하는 만화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콘텐츠진흥원의 처사로 인하여 이렇게 항의의 글을 보내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더 이상 만화가를 들러리로 세우지 말라!
이번 앙굴렘 축제에서 한국은 주빈국으로서 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한국만화특별관을 열었으며 또 한편에서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주도로 기성작가 9인과 신인작가 2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주최는 서로 다르나 한국만화를 제대로 알린다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상호간의 협력이 어색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국만화특별관은 그야말로 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9인전(전시회가 아닙니다)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였습니다.
기성작가 9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한국만화특별관에 전시된 주요 작품들의 작가와 중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한국만화를 소개하는데 훨씬 좋은 조건이 되었습니다. 특별관에서 소개한 작품의 바로 그 작가들이 앙굴렘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만화의 밤 행사에서 주인공인 한국만화를 그린 바로 그 작가들이 함께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의 소개도 없이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그저 들러리 수준으로 접대한 것은 행사 진행의 미숙을 떠나서 행사 주최자의 만화관과 작가관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였습니다. 한국에서조차도 함께 자리하기 어려운 작가들이 프랑스에서, 세계적인 만화의 축제장인 앙굴렘에서 함께 하였음에도 단순히 행사 들러리로 대접받는 현실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작가들로 하여금 오히려 이것이 바로 한국만화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함께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앙굴렘에서 만화가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철저히 상업적인 만화에서부터 극단적인 예술지향의 만화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만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중 주요한 한 가지 방법으로 작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인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만협과 우만연을 비롯한 많은 만화가들은 만화 행정가들에게 기획자들에게 만화출판계에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제기하였습니다. 만화라고 하는 결과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입니다. 대체 만화가가 없이 만화가 어떻게 나온단 말입니까! 그러나 거의 매 행사 혹은 사업에서 만화가들이 단지 행사의 들러리로 섰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만화가들은 이러한 풍토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위와 같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처사에 대하여 다음을 요구합니다.
이번 전시와 홍보책자에서 소개된 작품, 작가의 경우 해당 작가에게 이 사실이 공지되고 동의를 얻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작품 등이 무단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작가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할 해명을 요구합니다. 또한 작가가 무시되는 관행과 저작권 침해 재발 방지에 대한 성의 있는 의사 표명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만화가들은 관련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저작권과 관련된 만화가들의 만화 작품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의 사용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2월 6일
(사)한국만화가협회 (사)우리만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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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항의문은 지난 2월 7일 만화산업발전협의회에서 만협, 우만연 함께 발표한 항의문입니다.